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예나 지금이나 진상손님, 일제강점기 전차(電車)의 진상손님카테고리 없음 2019. 1. 22. 22:52
일제강점기 전차(電車)의 진상손님
현재 대중교통의 총아라고 불리는 ‘지하철.’
옛날, 이 지하철에 필적할 만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전차(電車)였다.
전차는 지하철과 달리 거리 위로 다녔다. 그래서 사람들은 전차를 ‘노면전차(路面電車)’라고도 불렀다.
조선(朝鮮)에 전차가 처음 개설되었던 것은 1899년이었다.
전차가 첫 운행을 하던 날, 동대문 주변에 이것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인산인해(人山人海)를 이루었다고 당시 신문은 전한다.
<전차 개통식의 사진>
우리나라에서 운행되었던 전차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.
하나는 대한제국 시기에 한성전기회사(漢城電氣會社)에서 들여왔던 전차. 이 전차는 전차 가운데 태극마크가 붙어있는 것이 특징이다.
<대한제국 때 운영되던 전차>
두 번째는 국권을 빼앗긴 뒤에 경성전기주식회사(京城電氣株式會社, 이하 경전으로 약칭)에서 들여왔던 전차. 이 전차는 모두 일본에서 제작하여 들여왔던 것이다.
일본에서 들여온 신 전차
마지막으로 해방 이후부터 1968년 11월 30일까지 한국전력주식회사(韓國電力株式會社)에서 운영했던 전차였다. 이 전차 중의 한 대를 현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전시하고 있다.
전차는 일제강점기에 들어와서 서울의 주요 대중교통이 되었다. 이러한 대중시설에 예나 지금이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승객들의 추태이다. 흔히 말하는 진상손님들이 당시에도 있었다.
당시 전차 운영권자였던 경전(京電)에서는 간행했던 《경전휘보(京電彙報)》를 보면 이러한 진상손님에 대한 글을 볼 수 있다.
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岸謙이다. 현재로서는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경전에서 일했던 직원으로, 「京城の交通問題と其の對策」(『朝鮮』 295, 1939)처럼 조선의 대중교통에 관한 글도 기고한 당시로서는대중교통의 전문가로 보인다.
그가 그린 그림은 일제강점기 유명한 삽화가였던 석영(夕影) 안석주(安碩柱, 1901~1950)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.
그가 스케치로 다룬 진상 손님은 모두 10가지 유형이다.
<경전>에 실린 진상손님의 유형
첫 번째, 진상 손님은 두 칸 이상을 차지하는 손님
두 번째, 진상 손님은 여성 손님을 괴롭히는 손님
세 번째, 진상 손님은 통로를 손잡이를 잡고 막는 손님
네 번째, 신혼 부부로 남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애정 행각을 벌이는 손님
다섯 번째, 우산을 거꾸로 들어 남을 위협하는 손님
여섯 번째, 첫 번째 진상 손님처럼 물건을 놓고 두 자리를 차지하는 손님
일곱 번째, 손잡이 두 개를 점령한 손님
여덟 번째, 창밖을 구경하느라 두 자리를 차지하는 손님
아홉 번째, 좌석 앞에서 손잡이를 잡고 있어 남도 못 앉게 만드는 손님
열 번째, 출입구 앞/뒤에만 몰려 있고 가운데를 텅빈 채로 남겨둔 손님들
1936년에서
80여 년이 지난 2019년 현재.
대중교통에서 볼 수 있는 진상손님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.
백팩으로 남을 위협하고 통로를 막는자
쩍벌남
추행자
남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젊은 남/녀
다만 그 때와 다른 점이 있다.
술을 먹고 소동을 부르는
취객(醉客)이 없다는 점이다.
진상손님의 세계
이렇게 보면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.